에스프레소 머신을 핸드드립 기계처럼 마시고 있는데 장점이 있어서 끄젹여 봅니다.
2012년부터 커피를 직접 로스팅해서 커피생활을 하고 있어요. 생두를 로스팅한 이후에는 잘 로스팅이 되었는지 원두를 확인해야 해요. 원두의 색깔과 모양을 살펴보고, 원두를 잘라보고, 향을 맡아보고, 무게를 측정하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좋은 직접 마셔보는 것이지요.
핸드드립으로 로스팅 상태를 파악해려면 아무래도 핸드드립은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의 온도, 추출량 등을 모두 객관화하는 것은 사실 힘들고 귀찮아요. 다른 기구들도 있지만 역시 귀찮아요. ㅠㅠ
그러다가 번뜩 생각한 것이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린 커피를 시음하는 방법이에요. 핸드드립보다는 기계로 갖은 조건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라 편차가 적어 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또한 손으로 하는 것을 머신이 대신해 주니 편하기도 하고요.
주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려마시는 것은 커피 원액에 물을 희석시키는 아메리카노가 가장 일반적일 거예요. 하지만 저는 핸드드립할 때 사용하는 종이필터를 거처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글보다는 사진으로 보시는 게 이해가 빠르실 것 같네요. 스위스 유라의 자동머신을 좋아합니다. 사진은 옛날에 사용하는 머신이고 지금은 유라 D4를 사용 중이에요. 하리오 드립퍼로 통해 커피가 통과되어야 하니까 맨 아래는 높이가 낮은 계량컵을 사용해요. 핸드드립을 할 때 칼리타 드립퍼를 많이 사용하지만, 빠른 시간에 추출하기 위해서 저는 하리오 드립퍼나 고노 드립퍼를 사용합니다. 저는 에스프레소도 최소량으로 빠르게 추출한 이후 뜨거운 물을 부어 희석하여 마십니다. 가장 짧은 시간에 추출한 것이 젤 맛이 좋아요.
커피가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되면 아래 사진처럼 하리오 종이필터를 통과해요. 크레마가 보이는데, 크레마는 커피를 추출할 때 커피의 지방 성분과 수용성 성분이 혼합되면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의 거품이에요. 크레마가 커피의 신선도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크레마가 좋은 커피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여기지 않고 있는 것 같이요. 아무튼 이런 과정을 통해 핸드드립과 같은 깔끔한 커피가 됩니다. ㅎㅎ
아래 사진은 하리오 필터로 커피의 유분과 미분을 걸려 낸 것(왼쪽)과 에스프레소에서 곧바로 추출한 것(오른쪽)이에요. 커피 양이 차이가 있는데, 왼쪽 사진은 투샷으로 내렸고, 오른쪽은 원샷으로 내렸기 때문이에요. 왼쪽 사진에는 아직도 크레마가 조금 남아 있네요.
이렇게 하리오 필터를 사용해서 커피를 마시게 되면 보다 깔끔한 커피를 즐기실 수 있어요. 아래 사진을 보시면 에스프레소에서 추출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원두가 분쇄되면서 발생한 미분이 남아 있어요. 어떤 분들은 에스프레소에서 곧바로 추출한 커피가 풍미가 있다고 하지만 저는 건강을 위해 커피 기름을 걸러내고, 미분도 걸러낸 깔끔한 맛을 좋아합니다.
또 다른 장점은 핸드드립을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줄여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에요. 저는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즐기기 위해 점드립하는 카페까지 방문을 했던 경험이 있어요. 하지만 매일 자주 마시게 되는 커피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고 시간이 지나니 귀차니즘도 생겨나게 되더군요. 그렇다면 저처럼 에스프레소 머신을 핸드드립처럼 사용하는 것이 시간도 아끼고 커피도 맛있게 마시고, 커피를 동일한 조건에서 평가할 수 있는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 같아 추천드려요.
이상으로 제가 에스프레소를 핸드드립처럼 즐기는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드렸어요. 모두 즐거운 커피 생활 하세요.